그때의 기억은 정말 잊히지 않는다, 열정이 생기고 의지가 불탔다. 내 인생의 변환점이 생겼다.
그날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기대하던 날 중 하나일 것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씻고 날이 추워 두꺼운 겉옷도 챙겨 입었다. 가방도 챙기고 밖으로 나와보니 시원 상쾌한 바람이 나를 반겼다. 들뜬 마음으로 멋있게 차려입으신 할아버지와 둘이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다. 하늘을 바라보니 예쁘게 구름도 피어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왠지 할아버지와 단둘이 밖에 나온 것은 정말 어릴 때 기억밖에 없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멋있게 걸어가시는 할아버지를 찍었다. 왠지 앞으로 할아버지와 단둘이 있을 기회는 흔치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정의되지 않는 오묘한 내 기분을 바로잡고 지하철을 타고 우리 학교에 도착했다.
정문 앞까지 오니 앞전 기분들은 싹 사라지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나를 반기는 학교 학생회 분들, 패딩을 입고 나를 안내해 주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이고 뭔가 벌써 이 학교에 입학한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학생회 분들의 안내를 받아 할아버지와 함께 시청각실까지 다다랐다.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문을 열어보니 정말 무대와 관객석이 있는 것 같은 멋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중학생 때엔 상상도 못 했던 규모의 장소였다. 너무 멋있었다. 혼자 집에서 유튜브로 찾아보던 학교 모습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자리에 앉은 뒤엔 갑자기 조리복을 입은 분들이 북을 가지고 무대로 나왔다. 북을 들고나오니 난타 공연을 할 것 같다는 예상이 들어 기대가 됐다. 하지만 한참 기대 이상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나는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난타 북의 울림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정말 짜릿했다. 이보다 멋있는 공연은 내 인생에서 없었을 것이다. 이때 확신했다. ‘아, 나는 정말 이 학교에 와야겠다. 진짜 멋있다.’ 이때의 기억은 정말 잊히지 않는다.
난타 공연이 끝난 후 선생님께서 생과고 입학에 관해 설명해 주시는데 정말 열심히 들었다. 거의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들은 것 같다. 그때 생겼다. 열정이 생겼다. 의지가 불탔다. 내 인생의 변환점이 생겼다.
입학 설명회가 끝난 이후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정말 열심히 생과고에 대해 알아봤다. 너무 오고 싶어서, 매일매일같이 학원도 다니고 시험 기간 3주 전부터 공부를 시작해 안 가던 스터디 카페도 가봤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계속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반장도 3학년이 되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정말 기회다. 정말 열심히 해서 생과고에 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그해 겨울, 생과고에 원서를 넣었다.
선생님들께서 생과고에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내신 정도를 보여주신 것보다 두 배나 더 높여서 지원했다. 이때까지 지각해본 적도 없고 성적도 높았다. 걱정될 일은 없지만, 왠지 불안하기도 하긴 했다. 나보다 쟁쟁한 친구들이 많이 지원했을까봐. 그 불안감을 안고 중학교 축제를 마친 후 그날이 왔다. 특성화 고등학교 지원 발표가 나오는 날, 만약 오늘 지원에 실패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몇 명 뽑지 않는 일반 전형을 지원해야 했다. 그러긴 진짜 싫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다른 특성화를 지원한 친구들과 마음 졸이며 담임 선생님께서 결과를 알려주시기를 기다렸다. 대학교 입학 결과를 알아볼 때 이런 감정이었을까, 선생님의 입에서 결과나 나왔다. 내가 바라고 바랐던 학교의 합격 결과가..!
다른 친구들도 모두 합격했다고 말한다.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안도가 되기도 했다. 이때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던 것 같아 너무 뿌듯했다. 내 인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난 절대 놓치지 않았다. 이로써 성공했다. 결과로 증명해냈고 내 감정은 폭발할듯할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때의 기억은 정말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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