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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케케묵은 대못

by 라이팅 매니저 202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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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기억나는 감정은 그저 무서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친 듯이 뛰어가는 것이었다. 뛰어가서 손이 전부 하얗게 변하도록 꽉 잡고 놓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에서 피가 흐르는 듯이 우는 것 뿐이였다. 나와 형과 누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나는 4남매 중 막둥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나는 지금 생각해보아도 정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물론 그 사랑의 대부분이 어머니의 관심과 말 들이였지만 나는 내가 정말 이런 곳에 태어난 것이 축복받은 것 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제 말할 기억에서의 내 충격이 큰 것 같다.      

 

우리집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주 싸우셨다. 말다툼의 빈도가 많아졌고 나는 그럴때마다 그저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 방 안에 들어가 이불속에 있을뿐이였다. 그렇게 그날도 여느날과 다르지 않았다. 나와 형 누나는 안방에 들어가 핸드폰을 하며 각자가 좋아하는 흥미있어 하는것들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언제부터인지 거실에 계셨던 것 같다. 그러다 아버지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와 형 누나는 인사를 하러 나가 반갑게 인사를 드렸는데 왠지 아버지의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걱정이 되긴 하였지만 평소와 같은 너무나도 평범한 하루에 그저 아버지의 기분이 살짝 안 좋아보이는 것 말고는 다를게 없는 하루에 안도하며 방에 들어가 누워있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난 어머니와 아버지는 단 둘이 거실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안 됐다.      

 

부모님의 대화 소리가 들려오고 점점 언성은 높아져만 갔다. 나는 평소와 같이 소리를 뛰쳐나온 것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우리 모두가 거실로 뛰쳐나온 것이였는지 기억도 안 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우리는 나와서 그 장면을 보았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 장면      

 

어머니가 창문에 매달려 있는 모습 소파에는 아버지가 있었고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달려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 그때 기억나는 감정은 그저 무서움 어머니가 이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그 공포가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었다. 내 기억에 남는 것은 그 감정과 아버지가 사온 순대뿐이다.      

 

우리는 아직도 가끔 그 이야기를 한다. 물론 우리 남매는 절대 그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 때문에 마치 사진처러 그 장면 하나하나가 찍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 같아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이기 때문에 대부분 그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어머니이다. 항상 그 얘기를 하실때면 미안해 하신다. 어머니도 아시는거다. 그 당시 초등학생이 갓 된 어린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거라는 것을      

 

어머니께서 항상 그 이야기를 하실때면 똑같이 미안해 하시지만 항상 똑같이 하시는 말이 있다. 그 어린아이들에게 커다란 대못을 가슴에 박아서 미안하다고. 그 말을 들으면 정말 내 가슴에 녹이 슬어버린 커다란 대못 하나가 박혀있는 듯 가슴이 아려온다. 그래서 나는 앵간한 일에는 공감자체를 못 하지만 부모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내 일인 마냥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그 어린 나이에 뇌리에 박혀버린 기억과 그 장면 가슴에 스며든 그 감정이 사라지질 않아서 그대로 주저 앉아 버릴까봐      

 

안타까운 일을 겪은 친구를 보면 너무 걱정이 되고 힘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제발 앞으로는 나처럼 어린 나이에 이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머릿속에 박히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다. 마지막으로 말할 것이 있다면 나처럼 감당하기 힘든일을 겪었을때는 누구든 좋으니 의지해도 좋고 맘껏 약해져도 된다고 울고 싶다면 하루종일 울어 지쳐서 울음이 나오지 않을때까지 울라고 기댈사람이 없다면 나한테 기대라고 강한 척 하지 않아도 되고 약해져도 되니까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잊지 말라고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니가 단단해져 있을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머릿속에 박혀서 마치 사진처럼 찍혀있는 그 장면들이 나는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줬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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