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과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낸 그 날,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라 그랬던 건지. 그 사람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2022년 새로운 해가 시작되던 날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방 정리를 했다. 옷도 정리하고 버릴 물건들을 버리고 사진을 구경하려 사진 책자를 열었다. 친구들과 찍은사진을 보며 저때는 저랬지, 이땐 이랬지 하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그 사람과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그 사진은 12월 25일 에 찍은 사진이다.
그날,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나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그 사람을 만나러 갔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약속 시간 4시간 전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평소에 하던 화장보다 더 이쁘게 했고, 옷은 뭘 입어야 할까 키가 작으니까 굽 있는걸 신을까?를 반복하며 정말 공을 들여 준비했었다.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나는 빨리 출발했고 가는 내내 계속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지금 상태 괜찮은가...를 반복하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보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부끄럽고 설레는 마음에,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게 너무 어색했었다.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커플들은 정말 많았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그 거리에서 우리는 정말 어색한 상태로 밥을 먹으러 갔다. 평소라면 마라탕 떡볶이를 먹었을 텐데, 어쩌다보니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밥을 먹으며 우리는 어색한 게 조금 풀렸는지 서로에 대해서 얘기하고 대화를 나눴다. 밥을 먹고 나서 우린 가 보고 싶어 했던 드로잉카페를 찾아갔다.
잘 안 보이는 곳이라 그런 건지 우리가 갔던 시간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편하게 하고 싶은 말, 궁금했던 것들 다 얘기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예약 시간은 2시간이었고, 대화를 너무 많이 하다가 그림에 집중을 못했는 지 완성을 못시키고 나와버렸다. 그림을 다 완성을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대화하던 그 순간들이 정말 좋았고 설렜었다. 카페를 나와서 우리는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근처 카페를 찾아 들어가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람과 얘기하면서 나는 느꼈다. 내가 이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사람과 사귈 거라 믿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계속 하다 보니 시간이 8시가 넘어 있었다. 서로가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가 집에 가기 전에 고백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 사람은 날 지하철 타는 곳까지 데려다 줬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대를 했다. 그런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헤어졌다. 기대를 해서 그랬던 건지, 집 가는 지하철에서 별 생각을 다했다. 내가 마음에 안드나..별론가? 보고 나서 실망한 건가..
집을 가는 동안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몇 번 더 만나 보고 싶은 거 일거야.’ 라고 마음을 먹고 집을 가서 그 사람과 오늘 만나서 어땠냐며 서로 얘기를 나눴다. 난 당장이라도 사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더 만나 보고 싶어 하는 거 같길래 그럼 우리 언제 또 볼까? 라고 얘기하니 스파이더맨 영화 봤냐며 내일 영화 보러 가자고 해서 우리는 다음 날도 만났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 사람은 이미 스파이더맨 영화를 봤다는 것. 누구랑 볼거냐고 묻길래 친구랑 보려고 한다고 했더니 스파이더맨 너무 재밌다, 다시 보고 싶다며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음 날 우리는 만나서 영화를 보러갔다.
나는 스파이더맨을 시리즈별로 보던 사람은 아니었기에 내용 이해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아는 척, 좋아하는 척하며 그 사람과 가까운 거리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근데 자꾸 손을 꼼지락거리고 장갑까지 벗으며 손을 보이길래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손을 잡았고 우리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손을 잡고 영화를 봤다. 이때 영화의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 순간이 설레고 좋았었다. 손을 잡은 거면 좋아한다는 거고,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도 손을 잡았기에 이 날은 꼭 고백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이 나고 밥을 먹고 카페를 가도 아무 얘기가 없었다. 집에 도착을 해서 전화를 해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긴 고민 끝에 먼저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받아 줄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과는 다른 답변을 받았다. 당황했다. 그 사람한테 우리는 손도 잡았는데 왜 사귀자는 말을 안하냐 물었는데 나보다 한 살 연상이였던 그 사람은 이제 고3이라서, 수능 준비를 위해서 나에게 잘 못해주고 못 만날 거 같다며 거절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거라면 선을 그었어야지. 좋아하게 해놓고 고3이라고 거절하는 게 너무 서운했다. 내 감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거 같아서 그 말을 듣자마자 정말 눈물이 많이 났었다.
기타를 좋아하는 내 호감을 얻기 위해 그 사람은 자기가 친 영상이 아닌데도 자기가 친 것처럼 나에게 영상을 보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욕을 하고 비난하고 화를 냈을 텐데 나는 바보처럼 그 모습마저도 이해한다 했었다. 나의 호감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친 그 사람이, 손까지 잡아놓고 고3이라는 말로 나를 거절하다니. 날 서운하게 한 그 사람이 지금까지도 생각난다는 게 너무 서럽기도 하고 자꾸 기대감을 들게 해서 짜증이 나기도 한다. 난 정말 진심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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