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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난 이 글이 싫다.

by 라이팅 매니저 2024.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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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인생의 권태기, 실패 가득한 나날, 우울 MAX, 무기력증 등등 나도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를 정도로 복잡한 상태인 듯하다. 그나마 확실한 건 내 상태를 결코 좋게 표현할 수는 없다는 거겠지. 이쯤에서 원래의 나. 즉 반년 전까지의 나를 알아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나는 아마 긍정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 애가 비겁하게 선생님께 거짓을 고했을 때도, 그 탓에 내가 왕따 주동자로 몰렸을 때도, 선생님께서 억울한 내 심정을 들어주는 척 결과적으로 그 애 편만을 들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도 난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내 인생에서 필요 없는 친구를 거른 거고, 필요 없는 선생님도 거른 거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나라는 사람이 긍정적인 것보다는 그저 긍정적인 척 나 자신을 속여야만 했었던 게 아닐까? 숨통을 꽉 조이는 밧줄 따위를 손으로 짓이기며 그저 숨이라도 쉬고 싶다고 발버둥을 치는 내 합리화와 잠깐의 망각이 아니었을까?      

 

합리화를 하다가도 다시금 사건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그냥 내가 참을 걸 그랬나?’ 아무리 밧줄 따위를 손으로 짓이긴들 그 밧줄을 끊기는 무리였던 거겠지. 점점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는 나를 애써 모른 척했지만, 아직도 견고한 밧줄과는 달리 약하디 약한 나라는 사람은 점점 끊기고 있었나 보다.     

 

 실패- 실패- 또 실패. 이렇게까지 실패만 가득한 나날은 내 인생 최초의 일이다. 그들의 공격적이던 말투, 왜 그리 비아냥거렸는지, 왜 그리 상처를 줬는지, 모든 게 끝난 후에도 왜 그들의 입에서 날카롭게 장식된 내 이름 세글자가 계속 나오는지, 이유가 있긴 할까? 이유가 있다고 한들 절대 납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잊고 살려고 노력 중이다. 그때는 곱씹고 또 곱씹을수록 속이 상하고 타들어 가는데도 그저 곱씹고 또 곱씹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나름 곱씹지 않고 적당히 잊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문득문득 그들의 이름이 들리면 흠칫- 놀라기는 하지만 말이다.     

 

 상태가 아무리 괜찮아졌다고 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위 실패들을 계기로 움츠리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편하게 방 안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누워있고 싶다. 한 마디로 무기력증이란 소리다. 아니, 무기력증보다 조금 더 복잡할지도 모르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 따분하고도 한심한 무기력증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말이다. 분명히 내 실패로 인한 트라우마와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이 상태를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안 하니 나 자신도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역겹기까지 하겠어.     

 

 난 이 글이 싫다. 지금껏 잘 숨겨온 내 썩어 문드러진 감정들을 너무나 잘 엿볼 수 있는 글이니까 깔끔한 뒷마무리를 기대했다면 사과한다. 미안하게도 아직 쭉 이 상태라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 이따위의 결말은 어떤 장르의 글이든 간에 읽다가 김새게 하는 망글. 즉, 독자를 빡치게 하는 똥망글이라는 건 확실하다. 이 글로 확실하게 깨달아버린 내 감정을, 내 심정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얼마나 쪽팔릴까 싶지? 정답이다.      

 

이 똥망글 따위를 마무리 짓고 있는 나는 너무도 부끄럽고 내 치부를 들킨 듯해서 상상 이상으로 쪽팔리거든. 결론은 난 앞으로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미 다 잊어버린 척 속이며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살 예정이란 것이다. 그리 이상하지도 않을 테지. 다른 사람들도 이런 속사정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나보다 더 많을지언정 아예 없는 사람들은 없을 거라고 난 확신한다. 오늘도 내 숨통을 조이는 밧줄 따위를 짓이기며 끊으려 하는 나의 같잖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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