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정 메시지 에세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랑하고 증오하는

by 라이팅 매니저 2024. 9. 18.
728x90
반응형

제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랑하고 증오하는 미용을 배우기 위해서 학교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 중에서 2021년 3월 처음 인천생활과학고에 왔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미용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미용을 배울 때는 마냥 재밌고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이해도 잘하고 습득하는 속도도 빠르고 주변에서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들어서 제가 정말 미용에 재능이 있고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는 선생님이 저에게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확실히 다른 학생들보다는 뛰어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험 과정을 준비하며 연습을 했을 때, 이론을 알고 있어도 실기의 결과물이 완벽하지도 않았고, 제가 바라는 뜻대로 되지도 않아 미용이 싫어졌습니다. 더 이상 하기도 싫고 미용 말고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번 아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미용을 싫어하는 마음은 진심이 아니었고 처음 학교에 올 때 가졌던 마음가짐, 목표들을 생각하며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좀 더 잘 하려고 하는 저의 모습을 바라보며 더욱 열심히 할 힘이 났고, 포기를 하지 않게 하는 위로와 응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연습을 하였습니다.      

 

저의 집, 저의 방 안에는 수 많은 머리카락들과 가발 머리들이 쌓이다 못해 굴러다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연습하며 점점 시험날은 다가왔고 시험이 2주 정도 남았을 때는 긴장도 되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계속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다가 안 되기도 하고 또, 긴장을 하다가 여유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시험 당일이 되었을 때도 긴장을 하다, 안 하다를 반복하며 대기실에서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시험장에 입실했고 재료를 하나 둘 꺼내며 머릿속에 이론 내용을 상기시키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과제인 샴푸가 시작되었고 25분 안에 저는 모델에게 수건을 덮고, 모델을 뒤로 눕히고 샴푸 테크닉을 하였습니다. 막상 시험 시간이 흘러가니까 긴장이 되어서 손을 덜덜 떨며 모델의 머리를 만졌습니다. 테크닉을 다하고 머리를 수건으로 감쌀 때는 손의 힘이 풀려 수건을 놓칠 뻔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스로 정신 줄을 잡았습니다. 25분이 끝나고 다음 과제인 커트를 준비하며 첫 과제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많이 복잡했습니다.      

 

두 번째 과제인 커트는 30분이었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시험관의 목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빗을 들어 가발에 블로킹을 나누고 섹션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속도가 빨라 다른 사람들이 블로킹을 나눌 때 벌써 가위를 집어 첫 단을 커트했고 그 속도를 유지해 마지막 단까지 커트를 하고 마무리로 머릿결을 정리한 후, 남은 약 5분의 시간을 다른 사람들을 보며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상 외로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저보다도 잘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리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세 번째 과제인 드라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드라이는 제가 어려워하던 아웃 컬이 과제로 나왔고 역시나 연습이 부족했던 관계로 완성은 했지만 모양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시간도 아슬아슬해서 다시 긴장이 되고 손이 떨리고 그랬습니다. 너무 촉박하게 끝나서,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과제로 넘어가게 되었고, 다음 과제는 가장 중요하고 시험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고 알려진 와인딩이었습니다.      

 

와인딩은 혼합형이 나왔고 그나마 제가 자신 있던 부분이라 살짝은 마음을 놓고 여유를 부렸습니다. 그게 문제였던 건지.. 와인딩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때는 모양이고 나발이고 그냥 완성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났고 가까스로 시간 안에 완성을 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모양이 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감독관분들이 마지막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지 않아 크게 감점이 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심장이 빨리 뛰면서 네 번째 과제를 마무리 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과제인 컬러링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초록색이 나왔습니다. 초록색은 색이 밝아서 얼룩이 다른 색에 비해 눈에 잘 보여 안 나오기를 바란 색이었지만, 하필 초록색이 나와 조금은 당황했고, 그 기분을 느낄 시간도 없이 바로 시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저는 마지막인 만큼 더욱 차분히 과제를 수행하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초록색은 얼룩이 잘 보였습니다. 그래도 색의 선명도나 밝기가 거의 정확히 나와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심장이 떨리며 긴장되던 첫 시험이 끝이 났고 얼른 재료를 정리하고 시험장에서 나왔습니다.      

 

시험장이 있던 지하에서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는 정말, 그보다 더 상쾌하고 후련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의 공기는 정말 맑았습니다. 그 공기를 들이쉬며 저의 6개월간의 노력이 끝났다는 생각에 약간은 울컥한 감정도 있었고, 몸이 지쳐 피곤한 감정과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불안한 감정과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감정이 뒤섞여 정말 오묘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날 학교에서 결과를 확인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점수로 합격을 했습니다. 저는 학교인 것도 까먹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 감격의 눈물이었습니다. 노력을 인정받은 행복한 마음에서 저도 모르게 나오는 그럼 눈물이었습니다. 

 
반응형

'감정 메시지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기억을 남기기를  (1) 2024.09.25
난 이 글이 싫다.  (1) 2024.09.11
세 친구  (1) 2024.09.11
선을 그었어야지  (3) 2024.09.11
65  (2)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