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황 마름모 지단을 9개만 제출해 버린 것이었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모두 엉망이 되어 물거품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식 조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실기를 보려고 준비를 했다. 실기시험 일주일 전날부터 비결을 달달 외우고 칼질 연습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하였다. 시험 당일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실기시험 1시간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조리복으로 갈아입고 레시피를 복습하였다. 잠시 후 실기시험 시간이 된 후 조리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품목을 봤는데 평소 자신 없던 품목인 재료 썰기와 지짐누름적이 나왔다. 기분이 착잡했다. 하지만 이미 엎은 물이었다. 나는 속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을 10번 넘게 했다. 그리고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 없던 것 치고는 잘 해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백지 단을 한 번 말아먹기 전까지는. 한 번 망하고 나니 멘붕이 나서 그 사람 다음부터 잔 실수가 많이 나왔다. 결국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말았다. 결국 시험이 끝나기 전 아슬아슬하게 제출하고 한숨 돌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때 도우미분들이 번호를 차례로 부르기 시작했다. 내 번호가 안 불리게 속으로 기도를 여러번 했다. 하지만 결국엔 내 이름이 불리었고 나는 멍하니 실기 사유를 들었다.
실기 사유는 바로 요구사항 중 황백 마름모 지단을 각각 10개씩 제출하시오. 근데, 황 마름모 지단을 9개만 제출해 버린 것이었다. 결국에는 실격으로 처리되었다. 실기장에서 나왔을때도 나는 화가 났다. 내 실력이 이 정도 밖에 안됐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함께 두려움이 물 밑듯이 흘러나와 나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실기시험을 보려고 열심히 준비하던 나 응원해주던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서있는 내게 친구가 다가와서 괜찮다고 위로해줬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괜찮다고 하며 학교로 향했다. 학교로 가는 길 내내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부모님한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를 탈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전화를 해야 될지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전화를 돌렸다
부모님께 내 사정을 설명하니 그저 수고했다, 다음에 노력해서 더 잘 보라는 말씀하셨다. 나는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 풀리는 듯 편안함을 느꼈다. 학교에 가는 길에 친구가 맛있는 걸 사준다길래 학교 주변에 있는 편의점에 갔다. 지금으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 같았지만, 일찍 나와 아무것도 못 먹었기 때문에 나는 고맙다고 하며 친구와 같이 편의점에 갔다. 편의점에 가서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 컵라면이 눈에 들어왔다. 컵라면과 혹시 몰라 물 한 병을 샀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는 동안 서서히 정신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컵라면을 여니 김이 모락모락하게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이 맑아지며, 정신이 완전히 되돌아왔다. 나는 컵라면을 다 먹어 치우고 텅텅 빈 컵라면을 바라보았다. 난 그동안의 일은 다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다음에는 더 완벽해서 합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두려움과 불안감 좌절감 등 안 좋은 감정들을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떠나보냈다.
다음번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나는 또다시 좌절감에 사로잡히겠지만 이 기억을 떠올리면 괜찮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더 열심히 하자라고 다짐하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여러 번의 실패가 다가와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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