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정 메시지 에세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

by 라이팅 매니저 2024. 4. 1.
728x90
반응형

어느 날, 한 연락이 왔습니다. 저에게 옅어져가던 사람에 관한 연락이였고 그 사람의 죽음을 담은 연락이였습니다. 그 연락 이후 그동안의 제 행동이 후회스럽기도, 미안하기도, 슬프기도,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였던 때,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던 때, 호기심에 들어간 그곳에서 저에게 한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사람은 울고 있었고,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었으나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이 힘이 되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었기에 그저 그 사람의 옆에서 함께 있어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다시 찾아간 그곳에는 또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저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 사람도 저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날 함께 있어준 것에 고맙다고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사소한 이야기들을 하며 점차 그 사람과 친해져 갔고 점점 서로에게 연락하고, 둘만의 이야기를 하는게 자연스럽고 편안해졌습니다. 더 자세히 알게 된 그 사람은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하고, 다정한, 멋있는 사람이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 바스러질지 모르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공부도, 그림도, 노래도 잘하지만 잘하기 때문에 더 잘하고자 노력하고 스트레스받던 사람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좋지 않은 방법으로 해소하던 사람이였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함께 슬퍼하며 더욱 친해졌고 이제는 누구보다 그 사람과 가까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한순간이였습니다. 그 사람은 저에 대한 좋은 감정이 쌓이고 쌓여 흘러넘쳐 버렸고 저에게 좀 더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감정은 머지않아 저에게 느껴지게 되었고 저도 그 사람보단 덜할 지라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그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저에게 전해왔고 저도 저의 감정을 얘기하며 저희의 관계는 좀 더 발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던 감정은 그 사람과 같은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 사람이 저에게 좀 더 기대려고 할수록,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할수록, 저는 조금씩 지쳐갔고 그 사람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무거운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주고 토닥여 주는 것이 아직 제가 느끼던 감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그 사람에게 이별을 말하며 그 사람에게서 한발짝, 두발짝, 세발짝, 이제는 형태만 보일 때까지 도망쳤습니다. 그 사람에게 도망치면서 사실은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 사람에게 저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큰 휴식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제 입에서 나온 이별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별을 덤덤히 받아들인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저 제 빈자리를 그 전처럼 좋지 않은 방법으로 채우고 있던 것이였습니다. 

 

결국 그 사람 깊이 가라앉아 있던 모습들이 밖으로 꺼내졌고 그 사람은 그것을 그냥 두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지만 그 사람은 그 손들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손 내밀던 사람들이 등을 보이던 순간이였습니다. 저 또한 등을 돌린 사람들과 함께 그 사람에게서 점차 멀어져 갔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가끔 그 사람이 생각 날 때도 있었지만 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점차 그 사람이 옅어져 갔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온 한 연락으로부터 그 사람의 존재가 다시 선명해졌습니다. 그 연락은 저와 그 사람, 둘 모두와 별로 친하지 않던 사람에게 온 연락이였고 그 연락은 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저에게 그래도 너는 알아야 할 것 같아 연락했다며 그 사람이 심장 수술을 하게 됐는데 잘못되면 죽을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연락을 받은 이후 그 사람에 대한 뭍어뒀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고 이미 몇 번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던 그 사람이였습니다. 또한 저와의 헤어짐 이후 자기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망치던 그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에겐 그 연락이 그 누구의 죽음을 담은 연락보다 더 슬프고 후회스럽고, 미안했습니다.     

 

제 감정들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자 저는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으로 들어가 반나절이 지나도록 펑펑 울었습니다. 처음엔 제 감정을 들어내고 싶지 않아 숨죽여 울었지만 이내 소리를 참지 못하고 소리내 펑펑 울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때보다 더 크게 울어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별을 하겠지만 그 사람과의 헤어짐이 가장 크게 제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