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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난 정말 괜찮았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by 라이팅 매니저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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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는 밤이 무섭다.

 

모든 하루가 끝나고 깜깜한 밤이 점점 깊어져 갈 때, 깊어져가는 밤과 함께 내 생각도 깊어져간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잠은 오지 않았고, 계속해서 더욱 깜깜해지는 밤에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느껴져 무섭다. 그래서 침대에 가득한 인형들 사이에 파묻혀 살아있지도 않은 인형들에게 나를 껴안아달라고 나를 위로해달라고 중얼거렸다. 눈물이 났는지 안 났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힘들었다는 거였다. 내가 힘들 때를 알아차리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중학교 때였다. 매섭게 몰아치는 한겨울의 바람이 우리의 집에도 들이닥쳐왔다. 부모님의 이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바람이었다.     

 

근데 사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던 것 같다. 서로 대화가 없어지시고 엄마께서는 직장일로 늦는 일이 잦아지셨다. 조금은 화도 났었다. 엄마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이유를 몰랐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몇달이 지났을 무렵, 엄마와 대화를 하게되었다.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은 부모님의 이혼에 대한 두려움보단 걱정이 먼저 들었다. 울지 않으려 애써 담담히 이유를 말씀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정말정말 속상했다. 나는 엄마의 가족인데, 엄마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하루의 절반이상을 함께하는 사람인데.왜 엄마가 힘들었다는 걸 몰랐을까.. 지금의 엄마는 괜찮을까? 나는 엄마의 위로를 많이 받았지만 나는 엄마를 위로하는 법을 모른다. 그저 엄마 얘기를 들으며 울지 않으려 애쓰기만 할 뿐이었다.     

 

그 다음은 아빠랑 대화를 했다. 아빠는 현실적인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누가 양육권을 가져 올 것인지. 앞으로 생활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무슨 일이 있을 것인지. 묵묵히 듣고 담담히 대답했다. 마음의 준비따위는 없어도 괜찮았다. 엄마 아빠가 힘들다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엄마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난 정말 괜찮았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나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겨내고 성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힘들어하면 안될 것 같았다.

 

정말 멀쩡히 일상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집에 오면 공허했다. 뭔가 텅 빈 느낌이고 허전한 느낌이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분명 힘든 것 같다가도 멀쩡히 생활할 수 있고. 또 멀쩡히 생활하다가도 울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뭔가 텅 빈 느낌이고 허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지쳤다. 모든 게 다 지쳤다. 인간관계도, 공부도, 전부. 지금 내 표정이 무슨 표정인지 지금 나는 어떤지 전부 모르겠었을 때, 그때 처음으로 살아가는 게 싫어졌다. 굳이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대로 죽는다고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모르는 척 숨겨놨던 감정들이 뒤늦게 나를 힘들게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나때문에 지쳐갔다.     

 

내가 모르는 아픔은 해결방법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내가 무슨 상태인지 모른다. 지금 얼마나 힘든지, 어떤 기분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하지만 뭐 어쩌겠어. 원래 나를 알아가고 나를 만들어가는 게 인생 아닌가! 이젠 마냥 힘들어하지 않기로 했다. 혼자 놀기도 하고 친구랑 놀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힘들어도 일어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멋지게 살가야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었다. 정말 참을 수 없이 외로울 때면 있는 힘껏 인형을 껴안아본다. 포근함이 한가득 전해지면 따뜻한 느낌이 든다. 마음까지 따듯하게 보듬어준다. 웃음이 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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