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정 메시지 에세이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by 라이팅 매니저 2024. 3. 20.
728x90
반응형

희망으로 가득찬 길이였다. 평소와 달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활발했다. 안심했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널 한번 더 볼수는 없겠지?     

 

살짝이라도 만지면 바스라 질 것 같은 조그만한 고양이가 우리집에 들어왔다. 엄청 꼬질꼬질하고 말라서 당장이라도 죽을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썩 반기지 않았다. 이미 우리집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어 그 아이들에게 마음주기 바빴다. 다른방에서 따로 격리 시켰던 그 아이를 볼 기회도 얼마 없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아서 그래서 정을 못줬던 것도 있던 것 같다.      

 

평소와도 다를 것 없던 날이였다. 평소처럼 난 학교를 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화가왔다. 전화를 받자 엄마의 목소리가 방안으로 울렸다. “오늘 집 못들어가니까 그 애 약좀 먹여라” 아무생각이 없었다. 약이야 우리집 고양이들 수도없이 먹여봤으니 말이다. 그래서 곧장 주방으로 가 알약을 만들어 고양이 에게 갔다. 방문을 열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처음보는 것 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으니.. 생각보다 너무 컸고 살도 포동포동하게 올라 정말 몰라보게 이뻐졌다. 그때 죽어가던 그 아이가 맞나?      

 

성격도 좋았다. 지금까지 신경도 쓰지 않고 돌봐주지도 않은 나에게 와서 부비적 거렸다. 그래도 난 얼른 약만먹이고 나왔다. 할 일이 너무 밀려있었기 때문에 바로 나가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를 하는 와중에도 생각났다. 내가 방 밖으로 나올 때 나를 보던 그 아이의 눈빛을 왜인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매일 우리 가족이 약만먹이고 나와서 일까?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였다. 그냥 기분탓이겠거니 뭔 생각을 하냐 난 하며 넘겼다. 저녁이 되어서야 과제가 끝났다. 바로 아이가 있는 방으로 찾아갔다.      

 

오자마자 왜 이제 왔냐며 야옹거리고 내 몸을 나무처럼 올라탔다. 순식간에 내 품에 안겨있었다. 작고 작은 앞발로 꾹꾹이를 하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우리집 고양이들에게는 볼 수 없었던 핑크젤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몇시간이고 거기 계속 있었다. 방에서 나오니 가족들이 많이 친해졌네? 하며 나에게 이름을 지어보라 했다. 난 대답했다. 미오. 그렇게 우리 새 가족의 이름은 미오가 되었다.      

 

몇주가 지났을까? 이제 우리집 고양이들도 미오를 받아들이나 보다. 처음에는 경계 했지만 격리를 풀고 몇 번씩 만나게해주니 서로 핥아주고 장난도 치며 금세 서로 친해졌다. 행복했다. 큰 고양이 사이에 껴있는 작은 고양이 하나. 얼마나 앙칼진지 그 큰고양이 둘에게지지 않았다. 아주 지가 대장이였지.      

 

몇 달이고 흘렀다. 불행은 갑자기 소리소문도 없이 온다고 했나?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막 오전 수업을 마쳤다. 폰을 보는 순간 전화가 왔다. 언니였다. 또 오는길에 뭐 사와라 시키려고 하는것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듣게되었다. “미오가 아픈 것 같아 갑자기 개거품을 물고 쓰러졌어”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는 오후 수업이 있었으며 언니는 중국에서 살다와 한국어를 잘 하지못해 병원을 데려갈 수 없었다. 할수있는게 없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냥 하염없이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계속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어느 신이라도 좋으니 제발 미오가 아무일 없게 해주세요 제발.      

 

수업이 끝났다. 언니에게는 바로 병원쪽으로 가라 전하고 나도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갔다. 접수를 하고 미오를 봤다. 다행이도 상태가 썩 괜찮아보였다. 여러 검사를 진행했지만 의사는 다 정상이라고만 한다. 이유를 알수 없었다. 일단약을 줄테니 조금만 더 지켜보라고 했다. 걱정되었지만 지금 상태도 괜찮은 것 같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한달동안 괜찮은 듯 보였다. 몇 번 발작을 일으켰지만 심하지 않았고 점점 괜찮아 진 듯 했기 때문이였다. 너무나 큰 착각이였다. 또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이였다. 우리는 다시 병원에 데려갔지만 의사는 또 원인을 알수없다고.. 내 자신이 너무 무능하게 느껴졌다. 내가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사실에 너무나 답답했다. 그때 의사가 신경문제 일수도 있느니 MRI를 찍어보는건 어떠냐고 했다. 우린 당연히 바로 찍자고 하였지만 문제가 있었다. MRI를 찍을 수 있는 병원이 몇 없다는 것, 지금 당장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좌절했다. 정말 이렇게 떠나보내면 어쩌지 영영못보게 되면 어쩌지..      

 

우리가 걱정하는게 보였던 걸까? 미오는 옆에와서 핥아주었다. 자기는 괜찮다는 듯 우리를 걱정해 주는 것 같았다. 아픈건 이 아이인데 왜 내가 위로받고있는 것일까? 그 순간 난 다짐했다. 이 아이 앞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자고 무슨일이던 방법은 있으니까 말이다. 갑자기 걱정이 싹 날아갈 듯 했다. 그때의 나는 몰랐을 것이다. 아무리 간절해도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결국 주말에 차를타고 서울에 가서 MRI를 찍기로 했다. 그동안 미오는 발작한번 하지 않았고 꽤 쌩쌩해 보였다. 놀기도 잘 놀고 차에서 조그만한 목소리로 울기도 하고, 힘이 넘쳐보였다. 우리가족은 차에서 병원으로 가는길 내내 걱정을 조금 덜었다. 생각보다 큰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얘 힘있는 것좀 보라고.      

 

병원에 도착했다. 우린 그동안 검사한 것이 많기 때문에 병원에서 큰 추가 검사를 하지 않고 마취가 될 수 있는지만 검사하고 바로 마취해 MRI를 찍으러 들어갔다. 의사말로는 1시간30정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족은 아침도 먹지않고 왔기 때문에 잠깐 근처 식당에 가서 초밥을 사서 차에서 나눠 먹었다. 차에서 내내 미오 얘기로 가득찼다. 옆에서 고롱고롱 거리며 자는 사진, 안마해주듯 꾹꾹이 해주는 영상, 우리집 큰 고양이들과 함께 같이 자는 아주 작은 아이, 추억을 떠올리며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50분쯤 지났나? 의사에게 전화가 왔다. 검사가 끝났으니 병원으로 오라고, 우리는 거봐 별거아니니깐 일찍 부르는 거잖아 얼른 데려오자 하며 얼른 병원으로 올라갔다.      

 

이상했다. 분명 아침과 다를 것 없는 얼굴인데 의사의 얼굴이 별로 안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 기분탓이겠거니 그냥 넘겼다. 왜 몰랐을까? 인간의 감은 생각보다 좋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해피엔딩으로 가득찬 동화가 아니라는 것을. 의사는 MRI실로 올라가 이야기 하자 했고 우리는 따라 올라갔다. 정말 상상도 못했던, 아니 상상하기 싫었던 말이 의사입에서 나왔다. 더 이상 살기 힘들것이라고..      

 

약으로 연명해도 길어도 3달이고 그것마저도 약으로 버티는 동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마취가 깨지 않은 상태에서 편히 보내주는게 어떻겠냐고..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멍 했다 내가 방금 무엇을 들었던 거지? 이제 만날 수 없는 건가? 잘못들은걸 거야 그런거야..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우린 지금 결정해야만 했다.      

 

...결국 보내주기로 했다. 이 이상 고통스러운 짧은 삶을 안겨주는 이기적인 것 이라 생각했다. 우린 그렇게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이미 곁을 떠나가버린 미오의 모습을 보며 오열했다. 생기넘치던 핑크빛 코와 발바닥은 어느새 하얀색으로 변해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후회했다. 그냥  더 붙잡고 있을걸 그랬나? 조금이라도 더 있을 수 있었는데.. 바로 한시간 전까지 우리곁에서 애교 부리며 간식을 달라던 그 모습은 꿈이었나? 이렇게 허무하게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떠나보내게 될 줄 어느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미 후회해도 늦었다 정말 곁을 떠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장례를 치러주고 묻어준지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새 그 애가 없는 삶에 익숙해져있었다. 가끔 사진을 보며 울기도 하지만 매일 생각나진 않게 되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라 나는 믿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