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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남들이 날 어떻게 바라보던 내 상관이 아니지

by 라이팅 매니저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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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저 지저분한 것은? 찢어져 있었다. 내 아버지의 모자는 맹수의 손톱으로 긁은 듯, 찢어버린 듯했다. 모른 척해? 저걸 밖에서 쓰고 다니겠다고? 나였으면 바로 새롭고 예쁜 모자를 찾아봤을지도 모르겠네. 내일도 모래도 우리 아빠의 머리를 덮던 그 모자는 바뀌지 않았다. 변함없이 모자의 앞이 부분적으로 눈에 거슬리게 찢어져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던 것이다. 왜 새로 사지를 않지? 우리 집이 모자 하나 새로 못 살 정도로 가난한 집은 아닌데 어째서 저 모자를 계속 쓰고 다니지? 예쁘지도 멋있지도 값이 비싸 보이지도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저 모자를 왜 계속 쓰고 다니는 건지..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하루 이틀인가.     

 

우리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도 딱히 중요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 외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난 우리 아빠가 정장을 꺼낸 것을 결혼식과 제사 이외에 본 적이 없다. 난 어릴 적 아빠가 멋있게 다니길 바란 것 같다. 하지만 날 데리러 올 때나 친구들과 있을 때 길 가다가 마주쳤을 때나, 아빠가 입고 있던 셔츠나 보기엔 너무나 구리고 이상한 무늬의 옷을 애들이 보지 못하게 숨기고 싶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난 우리 아빠가 외적으로 멋있어 보이길 바란 것 같다.      

 

이해가 가지 않아 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왜 꾸미질 않아? 왜 그런 옷들을 입어? 그건 언제까지 신고 다닐건데? 대체 왜 새로 안 사? 지금 생각해보면 난 정말 어렸다. 난 내가 다른 애들보다 더 성숙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였다는걸 나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어리고 멍청한 시절이 있었다는 걸. 지금이라고 달라진 게 있는진 모르겠다.      

 

그런 어린 나의 질문에 아빠가 대답하길 있는데 왜 사? 돈 아깝게? 그러면 나는 묻는다, 그런 구린 옷들을 입으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생각은 안해봤는지 묻자, 아빠가 했던 말이 지금까지도 내게 기억에 남는다.      

“나는 우리 집 사람들한테만 잘 보이면 돼. 

남들이 날 어떻게 바라보던 내 상관이 아니지. 

난 이 집의 가장으로 우리 가족한테만 잘 보이면 그걸로 된다.”      

 

난 그런 아빠의 한 마디애 깊은 감명을 느낀다. 우리 아빠는 어렸을 적부터 시골에서 자라온 사람이다. 어렸을 적부터 시골에서 살아와서 그런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윗사람에 대한 예의나 대우가 깍듯하다. 사교성도 좋고 검소하고 투박하면서도 자상한 사람이다. 그의 평소 생활에서도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한 번은 같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간 날이다. 나는 내가 분리수거를 바로 버려 버리고 그냥 아빠를 기다렸다. 분리수거는 꼭 이상하게 플라스틱에 병을 넣거나 종이에 플라스틱을 넣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쓰레기 더미에 뭍혀있는 잘못 분리수거 된 쓰레기들을 내 손으로 줍고 버리고 싶진 않다, 마땅히 손 씻을 때도 없으니까. 우리 아빠는 경비 아저씨가 보는 앞에서 그 쓰레기들을 계속 해서 주워 옮겨 버렸다. 그냥 모른 체 하지. 두고 가지 그냥. 싶다가도 난 아빠의 그런 모습을 닮아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우리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전한다. 흔히 자식이 사고를 치거나 그러면 부모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하는데, 이게 반대로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빠는 내 얼굴에 먹칠이 아닌 꽃단장을 해주고 있는게 아닐까..zz 그런 행동들을 하면서도 우리 아빠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그 회색빛의 모자는 앞이 찢어져 있었다.      

우리 아빠의 찢어진 모자는 그가 살아온 마음이다. 남들에게 상처받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절대 그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데리고 가는, 버리지 않는 성격과 크게 닮아있는 모습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한 이후 아빠에게 그 모자는 이제 버리라고 할 수 없었다. 아빠의 노고와 삶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나에게 있어 뜻 깊은 물건이 되버린 것이다. 자신의 외적 모습을 가꾸지는 못할망정,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을 사준다.      

또 가사를 엄청 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을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우리 아빠, 내 첫 술잔을 따라주던 아빠, 용돈을 두둑히 챙겨주고 엄마에겐 비밀로 하라던 아빠, 농사를 짓는 우리 아빠, 내 마음과 태도는 아빠를 닮은 것 같다. 가끔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아빠가 참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아빠는 내 앞에서 투덜거리고 자러 가는게 웃기기도 하다,      

 

곰 같은 사람이다. 내가 엄청나게 감사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주변을 포기하지 않는 소중히 여기고 감싸는, 자신의 사람이 아닐지라도 소중히 대하고 자신의 사람은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자신의 주변에 둬서 끝까지 함께 가는 그런 사람. 나는 그 사람의 아들이라 다행이다. 내가 아빠가 되는 날에는 우리 아빠를 꼭 빼닮았기를, 그만큼 유머있고 재치있기를, 내가 죽고 다시 태어나도 그의 사람이기를... 엄마도 고마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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