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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고작 6천원. 그 메시지를 삭제했지만...

by 라이팅 매니저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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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에 그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6000원을 빌려달라고, 난 그 메시지를 읽고 황당하고 이해가 안 되고 한 편으로는 걱정했지만 어느 한 구석에는 공허하고 우리 둘의 사이가 왜 이렇게 멀어졌나 싶었다. 내가 고작  6000원  짜리의 존재가 된 거 같은 기분에 슬펐고 공허했다.

 

그 친구와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관계였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그 친구와 보내고 일주일이면 일주일을 모두 그 친구와 지냈으니까, 그만큼 그 친구와의 관계는 돈독하고 너무 아꼈었다. 서로가 거의 삶의 일부였으니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모두가 말하는 청소년의 사춘기라는 시절, 아주 작은  사소한 거에 신경쓰고 아파하는 예민한 시절이 왔다. 그럼에도 우리 사이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서로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는, 또는 고민이 있으면 위로해주기도 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었다. 

 

특히 그 친구는 가족 환경이 좋지 않아 아버지에게 아동학대를 당했었다. 나는 친구의 몸에 멍이 한 두 개씩 생겨나는 걸 볼 때마다 고통스러웠고 내가 괜히 미안해지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난 그 친구의 가정 환경을 해결해주진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옆에서 묵묵히 있어주는 것 그렇기에 그 친구의 몸에 상처가 날 때면 그 날은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그 친구의 비어있는 옆 자리를 채워줬었다. 내 성격은 소심했었어서 학교에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활력을 주는 그런 친구였기에 내 성격 변화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나 중학교를 올라오고 나서부터 우린 자연스럽게 서서히 멀어져갔고 그 친구는 어느 순간 술과 담배를 하기 시작했다. 좋지않은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너무나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려 나는 불안했다. 나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그 친구가 걱정이 되어서 몇 번 조언을 해줬다. 그 친구도 내가 해주는 조언에 다행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변화에 신경을 썼지만 그 순간일뿐, 그 친구는 더욱더 좋지 않은 쪽으로 빠져들었다. 난 그 모습에 실망감을 느껴 그 친구와 멀어지를 결심하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너무 변해버린 탓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 연락이 끊겼다.

 

그 후로 난 내가 가장 좋아했고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시절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절로 바뀌어버렸다. 몇 년 간은 마음이 아파서 그 친구를 욕하기도 했지만 서서히 그 마음은 사그라 들면서 별 생각없이 내 일상을 살아갔었다.  그러나 몇 년만에 그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너무 떨리기도 했었고 약간의 설렘도 있었다. 그 감정을 가지고 그 채팅방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는데 그 친구는 나에게 6000원을 빌려달라는 말이었다. 고작 6000원, 그 메시지를 나중에 삭제했지만 난 이미 그 메시지를 읽었던 상황이었고 나는 그 때 너무 황당했고 이해가 안 가고 이유 모를 공허함이 들었다. 우리 둘의 사이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 6000원을 빌리려고 나에게 몇 년 만에 연락한 걸까 아니면 잘 못 보낸 걸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고 한 편으로는 내가 고작 6000원 짜리의 존재였을까 싶기도 했다. 

 

그 메시지를 삭제한 후 별 말은 안 왔어서 그렇게 넘어가버렸지만 가끔 나는 그 친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지금은 그 때의 나처럼 가장 싫어하는 시절 가장 싫어하기보단,  그리웠던 시절 그리운 친구로 남아버렸다. 

 

난 가끔 그 생각을 한다. 우정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오래된 친구라고 서로 마음을 잘 알 거라는 착각은 버리자고 오래된 친구니까 함께 공유한 것들이 많아서 언제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잠시일뿐 사람은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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