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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난 너 장례식에 가고 싶지 않아

by 라이팅 매니저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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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죽으면 난 어떡하냐고! 난 너 장례식장에 가고 싶지 않아!! 지금 죽으면 안된다고!!

나는 외쳤다. 외치며 너에게 지금 어디냐고 물었다. 말할수록 눈물이 고였다. 몸은 떨렸다. 그래도 통화를 끊지 않기 위해 너를 먼저 달랬다. 그렇게 얼마 후, 응급차와 구급대원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너와의 통화는 끊겼다.     

 

유치원에서부터 봤던 친구였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는 않지만 아직도 연락하며 잘 지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자부할수 있는 애다. 이 친구와 전화 할 때 마다 나는 하루 중 가장 재밌고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중학교때 친구는 가끔 가출을 했었는데 거의 그 이유는 엄마와 싸워서였다. 하지만 보통은 금방 해결되고 집을 잘 들어갔다. 어느 날 내가 게임을 할 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때 시각은 늦은 밤인 11시? 12시? 였다. 받았을 때 친구는 이미 많이 운 상태인 것 같았다. 나에게 “엄마와 싸워서 집을 나왔어. 이제 다 그만하고 싶어.”라고 했다. 일단 나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도중 카톡으로 친구의 가족에게 지금 응급차를 불렀으니 내 딸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끊지 말라고 했다.      

 

나는 가족이 연락 온 걸 알리지 않았다. 일단 너를 달래는게 우선이었다. 처음엔 “그래도 어머니가 걱정하시잖아”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치만 친구는 듣기 싫은지 오히려 더 죽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난 좀 비겁한 방법일지는 몰라도 이런 말을 했다. “너가 죽으면 난 어떡해? 난 아직 너 장례식장에 가고 싶지 않아 너 나 두고 갈 수 있어? 나만 두고 갈거야? 그러다 결국 안 죽으면 어떡하려고 너만 더더욱 아플거야. 그러기 싫다면 지금 어딘지 제발 말 좀 해”라는 말로 너는 설득했다. 이미 눈물은 흘렀고 몸은 떨렸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의 위치를 가족에게 전달했다. 곧 통화 소리에서 가족이 부른 응급차와 구급대원분의 목소리로 통화는 끊어졌다. 통화를 끊고 친구를 걱정하며 연락을 기다렸다. 며칠 뒤 친구는 나에게 우울증이 너무 심해 폐쇄병동에 들어가게 되었다며 거기서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연락이 왔다. 친구는 병원에서 연락할테니 받으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을 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거기선 친숙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고 병원에 있는 공중전화로 전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내 생각보다 친구의 목소리는 밝았다. 잘 지내는지, 지금 괜찮은지 여러 이야기들을 한 뒤 끊었다. 너무 걱정했던 내가 살짝 웃길 만큼 친구는 너무 밝았다. 근데 눈물이 또 나왔다. 왜일까, 나는 이미 너가 죽는 미래까지 상상했나보다. 안도감인지 슬픔 때문인지 모를 눈물이었다. 전화기록을 보았다. 병원에서 통화한 너와 나의 통화기록은 너무나 짧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을까?     

 

게임을 하다 전화가 왔을 때, 친구가 울며 죽고 싶다고 할 때, 몸이 떨리고 전화를 끊었을 때, 그 앞에서 나는 이 친구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많이 내가 아끼는 친구구나라고 깨달았다.     

 

처음 병원에서 전화가 온 이후로 또 전화가 왔다. 그리고 친구는 얼마 있지 않고 퇴원했다. 이후 친구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며 산다. 아직 약을 먹고 있지만 난 지금의 너가 너무나 좋다. 그니까 우린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지 않는 이상 서로 장례식장에 가지 말자. 우리끼리의 꼭 지켜야하는 약속인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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