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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엄마는 그 한겨울에 밖으로 나가 뛰어다녔다.

by 라이팅 매니저 202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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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좋아하지도 많이 먹지도 않는 사과라는 과일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과일이다. 사과를 먹다가 사과씨를 뱉어내다 보면 나는 항상 같은 추억을 떠올린다. 이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항상 마음이 울컥하기도 하고 사과가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사과라는 단어를, 사과의 맛을 잊을 수 없는 만큼 나에겐 이 기억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사과 같은 추억이다. 달콤하면서도 때로는 떫은 그 맛처럼 이 기억이 달콤하고 떫은 나의 마음, 미안한 나의 마음이 함께 한다. 그 당시에 흐린 눈으로 내 옆에 있던 그림자를 바라보자 엄마가 앙상한 사과 꼭지를 베어 물고 있었고, 먹을 것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사과 꼭지를 베어 무는 엄마는 입에서 사과씨를 뱉어냈다. 그 사과씨를 보자 왜인지 마음이 쓰라렸다. 그때의 그 아픔은 정말 뭐랄까 가슴속에 박혀 잊히지 않는다.     

몇 살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어릴 때 고열에 시달리며 본 장면이었는데도 말이다. 고열에 시달리던 그때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이, 길거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한겨울에 나는 사과가 먹고 싶었고 사과를 먹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처럼 아팠다. 밥도 먹지 않고 하루종일 내 옆을 지키던 엄마에게 사과를 먹고 싶다며 칭얼거렸고 엄마는 나를 달래려다가 밖으로 향했다.      

 

사과를 기다려보려던 나는 고열의 아픔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그러다 다시 잠이 깼을 때, 울다 지쳐 잠든 나를 깨우던 엄마의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 추운 겨울이었는데 말이다. 땀을 흘리는 엄마의 얼굴을 보는데 울컥함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다시 흐르려는 눈물을 막은 것은 엄마가 숟가락으로 긁어낸 부드러운 사과였다.      

 

그 한 숟가락을 먹자 기적처럼 아픈 것이 낫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사과를 긁어 먹여주던 엄마는 점점 진정되는 내 얼굴을 보고 이불을 턱 끝까지 덮여주었다. 잠들려던 나는 흐린 눈으로 보고 말았다. 엄마가 사과의 속살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사과 꼭지를 먹으며 씨를 뱉어내는 것을. 엄마의 입에서 나오던 그 사과씨를 보고 나는 다시 가슴이 아팠다.      

 

엄마는 그 한겨울에 밖으로 나가 뛰어다녔다. 30분 거리에 있는 슈퍼에서 덩그러니 하나만 놓여있던 사과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그 사과를 보자마자 엄마는 그것을 집어 들어 다시 집까지 뛰어와 사과를 먹였던 것이다. 그렇게 편안한 나의 얼굴을 보고 엄마도 허기를 느꼈었고 다시 내가 열이 오를까 걱정되어 옆에서 그 앙상한 사과 꼭지를 베어 문 것이다.      

 

이때의 일은 나에게 엄마의 사랑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엄마의 사랑이란 정말 고귀한 것 같다. 나에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이럴 수 있을까…? 나는 못 할 것 같다. 모성애라는 것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보통 내 배 아파 낳은 아이여서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그 아픔을 참으면서까지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본 글이 하나 있다. 아이를 낳는 과정의 진실이었다. 그 고통을 상세히 알려주는 것을 처음 봐서 정말 충격이었다. 엄마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있었냐고. 엄마의 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런 아픔은 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뭉클함으로 바뀌었었다고.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엄마는 다시 나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울컥하였다. 엄마의 사랑을 다시 느꼈다. 사과같이 달콤한 엄마의 사랑을 말이다. 그리고 다시 울컥하기 시작하였다. 떫은 그 사과의 맛처럼 말이다.      

 

모성애를 정의한다면 나는 사과라고 정의하고 싶다. 사과 같은 사랑과 사과씨 부분의 떫은맛과 같은 속처럼 사랑 속에는 정말 큰 고통과 희생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또 사과가 감싸고 있는 소중한 씨가 나중에는 다시 사과가 되듯이 나도 엄마의 사랑을 받고 사과처럼 자라나 사과가 되게 된다면 엄마의 사랑을 다시 사과씨에 주지 않겠는가? 나도 사과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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