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픈 감정이 아닌 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든 적이 있다 되게 어떻게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하고 그립고 무섭고 많은 감정들이 든 적이 있다
나는 살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러던 나는 어느 날 잠을 자던 도중 이상한 대화를 들었다 엄마의 전화 대화 내용이었다 엄마는 누군가한테 ‘할아버님, 할머님, 장례식, 장례식장’ 이런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처음에는 ‘뭐지?’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별 일 아닌 줄 알았다 다시 잠에 들고 깼다 나는 그날도 학원에 가야 해서 준비를 하던 도중 엄마가 나한테 ‘오늘 학원 빨리 끝내고 친할아버지 장례식 가야 해 할아버지 돌아가셨어’라고 말했다 근데 나는 그 말을 들었어도 슬프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원래 친할아버지와 추억도 별로 없고 많이 만나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장례식장을 갔다 오기 전까진 별 감정이 안 들었다 그래서 나는 평소같이 학원을 갔다가 아빠차로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을 갔다
아빠가 그렇게 검정옷을 입은 걸 처음 보는데 되게 기분이 묘하고 이상했다 나는 몇십 분 차를 타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도착했다. 티브이 화면에 띄어진 할아버지 모습과 이름이 담긴 게 익숙지 않았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들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장례식에 처음 가봐서 모든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어두운 분위기가 이상했다 누군가는 울고 있고 누군가는 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알려주는 대로 행동했고 나는 할아버지께 절을 드리고 거기에서 밥을 먹었다 그때도 할머니와 고모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아빠는 그때 우리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태연한 척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아빠도 생각이 많다는 게 눈이 보였다
나는 밥을 다 먹고 오빠랑 먼저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러 밖에 나갔다 근데 딱 나갔는데 비가 왔다 나는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집 가는 길에 되게 많은 생각을 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 보면 누군가의 죽음을 예상하거나 나타낼 때 비가 오는 걸 많이 봤는데 내가 그걸 겪게 돼서 신기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정말 이게 맞나 내가 이걸 겪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때의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너무 많은 여러 가지의 감정들이 섞여있었다 택시를 가던 중에 택시 창 밖에 비가 오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도 하고 오빠랑 이야기도 많이 했다 나는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고 ‘내가 이때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느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운 경험은 없지만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슬프기도 하고 보고 싶고 그립기도 하다 사람의 죽음을 처음 느껴봐서 ‘살면서 정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경험도 해봤다 가끔은 할아버지가 계신 친구들을 보면 부럽고 그 할아버지만의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은 적이 있었다
나는 지금 카페 알바를 하는데 거기에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곤 한다 특히 할아버지분들이 단체로 오시거나 하면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할아버지분들의 말투나 행동을 보면 뭔가 친근함이 있어서 좋은 거 같다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드는 생각이 할아버지와의 추억이나 뭘 한 경험은 없지만 할아버지도 쨋든 내 곁에 있던 사람이기에 울진 않았지만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웠다
나는 배웠다 정말 사람들이 ‘곁에 있는 사람한테 잘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지 알았다 곁에 있을 땐 몰라도 어느 순간 그 존재가 사라질 수 있고 다신 볼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하기엔 너무 늦고 멍청한 짓인 거 같다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 하고 아끼고 잘해야 한다 사람들이 근데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 아는데 사람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마련이다 똑같은 실수를 해도 되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노력을 안 해놓고 ‘나 또 이랬네’하는 것은 정말 정말 그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나도 이 글을 쓰지만 같은 실수도 많이 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잘해주지 못하는 거 같다 나 또한 이제 노력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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