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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아빠의 눈과 내 손에 붕대

by 라이팅 매니저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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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시절 겪은 일이다. 그 당시에는 슬라임이라는 것이 유행할 때였다 슬라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재료 중에는 물풀이 있는데 아마 이 물풀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물풀이 아빠를 향한 내 감정을 흔들어 놨던 사건이 되었다. 이 사건이 있기 전 아빠는 나에게 무척 무뚝뚝하고 바쁘고 무서운 아빠였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다정한 아빠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사건이 무엇이냐면 한창 유행하던 슬라임을 만들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물풀을 사용하기 위해 물풀의 통을 커터칼로 자르는 와중에 미끄러져 칼이 손을 깊게 긁고 만 것이다. 어린 나머지 흐르는 물로 피를 대충 씻어내고 밴드를 붙인 다음 아빠에게 가서 말했다      

 

“아빠 나 손에서 피가 나”     

 

아빠는 덤덤히 약 바르고 밴드 붙이라고 할 뿐이었다. 아빠를 무서워했지만, 아빠를 제일 좋아했던 나는 아빠에게 상처를 들이밀었고 아빠는 그때 내 상처를 보게 된 것이었다. 아빠는 상처를 보자마자 나에게 옷을 입힌 뒤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아빠와 외출하는 것이 오랜만인 나는 신이 나기도 했고 아무 걱정이 없었다 병원을 가는 것을 알아도, 병원에서 내가 어떠한 처치를 당할 줄도 알고 있었는데 그저 즐겁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병원가는 차에서 내내 잠을 잤다 대략 30분 정도 이동을 했을 때 마침 병원에 도착하였다.      

 

아직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비몽사몽한 채로 병원에 들어가게 됐는데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며 나를 긴장하게 했다 아빠는 차에서의 내 모습과 병원에서의 모습이 다른 나를 보고 웃겼겠지? 아마 많이 웃겼을 것이다. 아빠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도중에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김** 환자 들어오세요”     

조금 풀렸던 긴장이 다시금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시작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내 상처를 보자마자 한 말은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3번만 박으면 될 것 같네요”     

비슷한 시기 아빠도 손가락을 다쳐 수술했던 터라, 아빠가 먼저 의료용 스테이플러를 사용했던 터라 그랬던 것인가 모르겠지만 아빠는 의사 선생님께 언성을 높였다.     

“몇 바늘 꿰매면 될 것 같은데 뭔 스테이플러입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내 살에 바늘이 오가는 것도 싫었고 내 살에 스테이플러가 박히는 것도 싫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두려웠다 어릴 적부터 건강해서 병원도 자주 안 갔고 입원은커녕 수술도 안 해본 아이가 처음으로 겪는 일인데 얼마나 두려웠을까 지금은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무서웠다. 그런 가운데 아빠가 언성까지 높이니 더욱 무서웠다 서로 의견이 오가다 결국 바늘로 꿰매기로 결정이 났다 그 결정이 나고 한 5분 후 바로 수술을 들어갔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 수술실 현장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난 수술대 위에 누워있고 아빠는 내 고개가 움직이지 않게 꽉 붙들고 있고 내 다리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꽉 붙들고 있었다 내 손은 의사 선생님이 잡고 있었다 사지가 결박된 나는 더욱 긴장하게 되었고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고함도 지르고 의사 선생님께 화도 냈었다     

“아프게 하지 마세요”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안 아파요.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참아요”     

말씀을 마치고 주사를 드시는 것을 봐버린 나는     

“주사 아프잖아요”

“안 아파요. 금방 끝나요”     

의사 선생님은 말씀을 마치자마자 마취 주사를 놨다 마취 주사를 총 두 번 놨는데 한 번은 상처를 벌려 그 안에 놨고, 두 번째로는 상처 주변 살들에 놓으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하고 무섭다 이런 일을 겪은 10살의 나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근데 이런 무서운 감정을 조금이나마 추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빠와 함께였기 때문 아닐까? 아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손 쪽으로 돌리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나를 진정시키는 말과 함께     

“**아 괜찮아 금방 끝나”     

아빠의 말을 들은 나는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소리치며 울긴 했지만 나름 잘 참았던 거였다 나름 길었다면 긴 수술이 끝나고 붕대를 감았다 붕대를 감고 시간이 좀 지나니까 마취가 풀리면서 점점 아팠다 하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아픔이었기에 아빠에게 해맑게 아프다고 말한 뒤 병원비를 계산하고 집으로 다시 갈 수 있었다. 살면서 언제 의사 선생님과 말다툼도 해볼 날이 있을까 어려도 너무 어렸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나의 소중한 추억이다      

 

이 일을 계기로 아빠와 점점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렸던 **이에게는 끔찍한 기억일지 몰라도 지금의 **이는 소중하고 감사한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사소한 일일지는 몰라도 이런 사소한 일로 가족과 더욱 가까워지고 애틋한 추억이 된다는 것에 더욱 감사하고 언제나 가족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고픈 마음이 있다면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다. 남도 아니고 가족인데 서먹해서 뭐 하나 내 인생의 유일한 편이 되어줄 수도 있는데 가끔은 힘들 때 기대도 되고 어쩌면 그러길 원하실 수도 있다 지금이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부모님에게는 한없이 어린 아직은 어린아이이다 너무 일찍 철이 들 필요는 없다 정말 도무지 견딜 수 없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울어도 된다. 그때는 나의 편인 가족이 감싸 안아줄 것이고 위로해줄 것이고 사랑해줄 것이다. 마음 놓고 가족에게 다가가길 소망하며 나의 추억은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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