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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메시지 에세이

나에게 그 색종이를 주려고 내민 것처럼 느껴졌다

by 라이팅 매니저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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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 끝이 찡해지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겐 12살 차이를 가진 동생이 있다. 이름은 박수호.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만큼 나는 동생을 정말 아끼고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친구들에게 동생 바보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보통 내가 학교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면 수호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모든 활동이 끝난다. 나는 가끔씩 엄마께 미리 전화를 드려, 내가 수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수호를 데리러 어린 집에 들어가 동생의 반 앞에 서서 수호를 부르면 나를 발견한 수호가 우다다 달려 나와 나에게 안긴다. 그리고는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어린이집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서 오늘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여주거나 내가 어린이집에서 했던 활동을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게 일상이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동생을 데리러 갔을 때였다. 평소와 같이 나는 수호를 불렀고 수호는 나를 발견하고 달려 나와 나에게 매달려 안겼다. 수호의 등을 두드려주며 집에 가자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날따라 수호는 내 품을 빠르게 빠져나가 가방을 챙기러 선생님께로 향했다. 나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애들을 봐주시던 선생님이 서둘러 나와 수호의 잠바를 입혀주고, 가방을 챙겨주셨다. 그리고 인사를 시키고 어린이집을 나오려고 할 때였다. 동생이 잠시 어린이집 가방을 뒤지더니 색종이 몇 개를 집어 들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색종이는 꾸깃꾸깃 접혀있어 무슨 모양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내 허리까지 밖에 안 오는 작은 아이가 만들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어떤 것은 하트로 보이기도 하고 어느 것은 그냥 작게 접혀진 네모로도 보였다. 그것은 누가 봐도 어린 애가 작고 귀여운 손으로 이리 접고 저리 접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있었다. 나는 그 색종이를 보고 너무 잘 만들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나에게 보여주듯이 들이밀고는 허공에 멈춰있는 손은 나에게 그 색종이를 주려고 내민 것처럼 느껴졌다. “그거 누나 주는 거야?”라고 묻자 수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동생의 손에 있는 색종이를 건내 받았다. 그리고 망사로 되어있던 가방 앞주머니에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넣었다. 그리고 수호에게 너무 고맙다며 감동이라며 얘기했다. 수호는 선물이라며, 작은 누나한테 주려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평소에 엄마만 좋아라했던 막내였고, 내 어릴 적을 잇는 엄마껌딱지였는데 아무리 빈말이고 나를 위해서 만든게 아니어도 날 위해서 만들었다고 말해주니 너무 기뻤고 또 한 편으로는 정말 뿌듯했다. 내가 낳고 키운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머리가 자랐을 때 막내가 태어났고 나이 차이도 꽤 있어서 내가 놀아주고 돌본 적도 있었기에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막내는 아직 어리고 철도 없고 나한테 대들고 화내고 장난만 치는 동생이지만 가끔가다 나한테 와서 “작은누나 좋아” 라며 애교부리고 안겨있을 땐 이게 힐링이지 싶다. 나도 아직 어리숙하고 화도 잘내는 그런 누나이지만 엄마보다는 아니더라도 엄마 못지않게 사랑하고, 그 누구의 동생도 아닌 나의 동생으로 와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많이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정말 많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 동생을 보면 꼭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앞으로도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사랑할거라고 말할 것이다. 그 꾸깃꾸깃한 색종이보다 더 좋은 선물을 줄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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