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말하는 이
글 이 시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얼마 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시 속에서 화자는 이런 말을 했다. ‘임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라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소중한 이를 생각할 틈도 없이 아주 잠깐 사이에 떠났다는 듯이 말하는 것 같았고 소중한 이를 빨리 잊음으로써 마음이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하는 이는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까지 그리워하고 있다.
명대사
글 나는 이 시를 읽으며 모든 부분이 다 명대사 같았고 마음에 확 와닿았다. 그중 명대사를 꼽아보자면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이다. 이 부분을 내가 느낀대로 해석해 보았다. 꽃을 이별로 바꾸어 보면 이별은 쉬워도 잊는 건 한참 걸린다고 해석이 된다. 이 부분을 명대사로 꼽은 이유는 꽃은 금방 지지만 그 순간 봤던 아름다운 꽃의 모습은 잊기 힘들다.
나도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을 갔을 때 친구들과 작은 기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때 한순간이었지만 지나가면서 본 넓게 펼쳐진 유채꽃밭이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그 유채꽃밭을 보았을 때 감정과 장면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렇게 꽃의 아름다운 모습은 계속 기억에 남는데 이 시인은 이별을 꽃에 비유해 이렇게 아름답고 울림있게 풀어내 썼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명대사를 하나 더 뽑자면 내가 방금 소개한 명대사 바로 아래에 나오는 ’영영 한참이더군.‘이다. 이 구절만 보면 별거 없고 심심하고 허무한 느낌이 들지만 나는 이 구절이 이 시를 완성 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구절은 이별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소중한 이를 아직도 그리워 하는 이야기이다. 이 시의 마지막이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이 시 속 말하는 이가 얼마나 절절하게 소중한 사람을 그리워 하는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구절은 내가 이 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다. 만약 이 구절이 마지막에 남지 않았더라면 이 시는 나에게 큰 여운을 남겨주지 못했을 것이다.
소제목 이 시를 너에게 보내는 이유
글 내가 이 시를 내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에게 보내는 이유는 두 가지의 모순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이 나를 이 시에 나오는 이처럼 너무 그리워하지 말고 힘들어 하지 말았으면 하는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이 나를 금방 잊어주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두 가지 이유가 아주 모순적이다. 하지만 난 내가 죽어서 유령이 되어 남겨진 주변 사람들을 본다면 이와 같은 생각이 들 것 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살면서 증명받고 싶어했다. 죽어서까지도 증명받고 싶을거란 생각을 했다. 나는 장례식에 찾아 온 사람들이 나를 금방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면 그걸로 내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증거가 되어줄 것 같았다. 나는 항상 마음 속에 ’나는 지금 잘 살고 있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가?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달고 산다. 그 때문인지 나는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려 애쓰고 있지만 마음처럼 되진 않는다. 이상하게 내가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려 할땐,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굳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아니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무언갈 하려고 노력하려고 할 땐 내 스스로가 이게 최선이고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내 역할을 했다면 더욱 능숙하고 현란하게 해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증명받고 싶었다. 누군가가 나한테 ’ 잘 하고 있다.‘라는 말을 해 준다면 나는 그것 만으로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사람들이 나를 쉽게 잊지 않고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모습들을 본다면 나는 이 많은 질문들에 맞는 답을 해 주는 것 같아 이 시를 골랐다. 하지만 마냥 이렇게 그리워만 한다면 그것도 마음에 아플 것 같았다. 나를 그리워 해줄 정도인 사람들은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위해 슬퍼해 주지만 너무 슬퍼하는 것은 내 스스로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모순적인 이유로 이 시를 내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에게 보내려는 것이다.
이 시를 읽은 사람들과 내 이런 모순적인 의도를 파악한 사람들은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거지?‘ 싶을 것이다. 나도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이런 감정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내 투정일지도 모른다. 사실 주변 사람들이 그리움에 슬퍼하는 것은 상관 없다. 나는 내 생각만 하기 때문에 내 장례식 기간 동안만 나를 죽을 듯이 그리워 해주고 슬퍼해 준다면 난 저승이든 지옥이든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추가로 장례식장에서 이 시를 보는 이들에게 이 시가 큰 여운에 남고 좋은 시라는 점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게 이렇게 큰 여운을 남겨준 시는 이 시가 처음이었고 나를 보러 와 준 사람들도 내가 좋아했던 이 시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코코 기억해줘
글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디즈니 영화 코코가 생각났다. 코코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ost가 있다. Remember me 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코코의 아빠가 코코를 위해 불러준 노래이다. 코코의 아빠가 그의 친구와 같이 노래를 하러 다니고 오는 길에 코코의 아빠가 친구에게 살해 당한다. 코코와 코코의 엄마는 아빠가 자신들을 버리고 음악을 하는 줄 알고 그 집안에서 음악을 아예 없애버린다. 그 후 코코에게 증손주가 생기고 코코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멕시코에는 특별한 문화가 있는데 망자의 날이라고 집안에 돌아가신 분들에게 제사를 지내주는 축제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승의 사람들이 저승의 사람들에 대해 잊게 된다면 저승에서 사라지게 되는 설정이 있다. 코코의 아버지는 집안 가족들에게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기 때문에 소멸될 위기에 처한다. 그때, 이승에서 저승의 물건을 만져 저승으로 온 코코의 증손주가 저승으로 왔다. 코코의 증손주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음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음악을 했던 증조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난다. 코코의 증조 할아버지는 증손주에게 옛날 코코에게 들려준 노래를 들려주고 증손주는 증조 할아버지가 저승에서 소멸되기 전 코코에게 그 노래를 들려준다. 그 노래가 ’Remember me’이다. 이 노래의 가사 중 ‘기억해줘 비록 이젠 안녕을 말해야 하지만 날 기억해줘.’ ‘우리의 노래가 멈추지 않기를 난 너의 사랑이 있으면 존재할 수 있어.’ 가 있다.
시 선운사에서처럼 이별하는 중인 장면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선운사에서라는 시는 이별을 하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이 노래는 떠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는 입장인 것 같다. 그래서 선운사에서라는 시와 기억해 줘라는 노래가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 노래에 나온 것처럼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젠 이별을 해야 하지만 너가 나를 기억한다면 나는 너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그리고 ‘너와 함께한다는 걸 알아줘. 나만의 방법으로 말이야. 그러니 널 다시 내 품에 안을 때까지 기억해 줘.’ 라는 가사가 있다. 나는 이 가사를 보며 내가 원하는 죽음 이후의 상황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는 먼저 떠나 있을게 너가 나를 보러 올 때까지 나를 꼭 기억해. 너가 나를 보러 왔을 땐 내가 널 환영해줄게. 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떠나게 되더라도 남겨진 사람들은 너무 슬퍼하고 죄책감이 들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과 나를 잊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모순적인 마음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 있었다.
나는 선운사에서라는 시와 기억해 줘 라는 노래를 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보고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이 시와 노래를 통해 나를 기억해 주고 내가 잘 살아왔다는 답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는 이 시와 노래를 내 주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이 시와 노래는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소중한 이의 장례식장에서 읽고 듣는다면 특히나 이 작품들이 나에게 기억이 남을 것 같고 내 의도를 잘 알아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시와 노래를 내 장례식에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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