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시간 속에서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며

이 시속의 ‘말하는 이’와 시를 쓴 ‘시인’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시인의 말을 본인의 일처럼 생동감 있게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조국을 빼앗긴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며 시의 제목과 같이 무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감옥을 배경으로 한 것 같습니다. 시인이 이 시를 쓴 이유는 이런 무서운 시간 속에서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며 나의 호흡은 남아있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상황에서도 시를 쓰는 일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떳떳하게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부끄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여 이 시를 읽게 될 사람들은 본인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떳떳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은 후에는 시를 쓰며 자기 삶에 대해 성찰을 하는 윤동주 시인의 내면의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자기 삶을 성찰하는 과정을 무서운 시간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다른 무서운 존재들에게는 도망치거나 맞서 싸울 수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서는 도망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자아 성찰을 하며 윤동주 시인은 무서운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이 시는 독백체로 쓰여서 윤동주 시인의 정서와 생각이 온전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시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구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있소’ 부분이었다. 이것은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 속에 떳떳하게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을 갖고는 있지만, 가랑잎 이파리와 호흡이 남아있다. 즉 조그만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하여 나에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의 느낌을 주는 말인데 이를 통해 무섭고 불안한 상황에서 약간의 희망을 품는다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진다는 것 그리고 호흡, 살아 숨쉴 틈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더 마음속 깊이 남는 문구였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시구로는‘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부분이었습니다. 떳떳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나의 상황을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하였고, 손 들어 표할 하늘도 없다고 표현한 것에서 시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고 일제강점기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내가 손들 수 있는 하늘은 없다고 표현한 것 같아서 일제강점기의 힘들고 자유롭지 못한 상황들이 나에게 더 많이 와닿고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에겐 희망은 남아있다.

시 속의 나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놓여있고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우리 모두처럼 힘든 삶 속을 살아가는 동안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고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는 방법엔 정답이 없으니 자기 자신이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이 맞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오늘 하루를 성찰하다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이 시 속의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루를 성찰한 경험은 굉장히 많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보통 저는 밤에 자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하며 오늘의 나는 어땠는지 평가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시 속의 나는 나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각박하고 자신에 대해 좀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떳떳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래도 나에겐 희망은 남아있다. 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보아 시 속의 나는 좌절을 하기도 하지만 금방 또 극복할 수 있는 회복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도 자기 자신에 대한 기준이 각박하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이 보기엔 완벽할지라도 저에게 있어서 완벽하지 않으면 쉽게 좌절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시인과 내가 비슷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시인이 희망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더 희망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이 시를 분석해보았을 때 시인의 감정은 약간 해탈한 것 같으면서도 씁쓸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들고 그런데도 자기 삶은 완벽하지 않다며 오히려 다그치는 모습이 꼭 나의 모습 같았고 이 분석을 바탕으로 떠오른 창작물은 ‘떡국’이었습니다.

 

떡국은 새해가 찾아올 때마다 먹는 음식으로서 이 음식 자체가 인생, 삶과도 관련이 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새해가 찾아오면 올 한해를 돌아보며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겠다 하며 계획하는 모습이 이 시인의 상황과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해가 끝나고 나면 한 해도 수고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내년에는 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자신에게 각박한 시인과 이 시를 읽으며 시인의 처지가 공감되는 분들에게 따뜻한 떡국을 드리고 싶습니다. 떡국을 먹으며 이 시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여나 행복을 놓치게 되어도

이 시를 70년 후, 저의 장례식장을 찾아온 이들에게 바치고 싶었던 이유는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던 시의 내용처럼 비록 나는 언젠가 죽게 되어도 서럽지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내가 죽은 뒤에도 세상은 내가 죽기 전과 같이 흘러갈 테니 슬퍼 말고 남은 이들은 부끄럼 없는 삶, 힘들어도 희망을 품을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죽을 때가 되었을 때는 내가 비 희망적인 사람이어서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기 싫었습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조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다들 무너지고 힘들어도 희망이 있다면 다시 일어나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니다. 앞날의 기대감이 있어야 더 살고 싶고 더 살아나갈 수 있게 되므로 바쁜 삶 속에서도 나의 장례식장을 찾아와준 사람들은 정말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감사히 여기던 사람들은 꼭 행복했으면 좋겠고, 혹여나 행복을 놓치게 되어도 작은 희망으로 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게 제가 장례식장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고 마음속에 새겨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희망을 좇으며 살다가 죽음이 찾아오게 되었을 때 마침내 그 죽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죽음을 맞는다는 말도 왠지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희망을 가지며 살았기에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의 장례식장에 찾아와주신 분들 모두 죽는 날이 찾아올 때는 이 윤동주의 ‘무서운 시간’이라는 시를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제가 전하고자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생각 속에 제가 있기를 마지막까지도 나를 기억 속에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나는 지금껏 떳떳하게 살아왔는가 하며 자아 성찰도 해보고 자기 삶을 중간 점검하듯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시를 고르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를 선정할 때 다른 많은 시들을 읽어보았지만, 생각이 많아지게 하고 꼭 이 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시가 이 시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낀 까닭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제가 시를 읽을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첫 번째는 정말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만큼 뜻깊은 시구가 있는지인데요. 시를 처음 읽자마자 이 시에 대해서 좀 더 많은 분석과 생각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마음 한편에 이 시의 구절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들을 다 읽은 후 이 시를 여러번 더 읽어보았고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시인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시인지입니다. 시를 읽을 때 감정이 와닿는 시가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감정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감정에는 정답이 없기에 시를 분석하면서 더 즐거움이 있었고, 여러 방면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독백체로 윤동주 시인과 읽는 이 사이의 감정과 상황이 전달이 잘 된다고 느꼈습니다.

 

저번에 영상 수업을 할 때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 를 배웠었는데 그때도 윤동주 시인의 독백체가 감정을 잘 전달한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무서운 시간’이라는 시에서도 그 감정을 똑같이 느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특성상 자아 성찰을 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점이었는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을 때 나도 자아 성찰을 많이 하게 되면서 교훈을 주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무서운 것들은 도망치거나 맞서 싸울 수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서는 도망칠 수 없다는 말이 되게 인상 깊었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깨달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는 점이 이 시를 선정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시를 읽게 될 제 장례식을 와주신 분들도 제가 이 시를 읽을 때 느낀 감정을 똑같이 느껴보셨으면 좋겠고, 왜 제가 이 시를 바치고자 했을지에 대한 저의 의도를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