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내 자신에게 바치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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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사나이’윤동주
이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홀로 산 모퉁이를 돌아 아름다운 풍경의 모습을 반사하여 비추고 있는 외딴 우물에 찾아가서 몸을 숙여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가 비춰지는 자기 자신이 미워져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생각해보니 비춰졌던 자신의 모습이 가여워보여서 다시 우물에 찾아가 물에 비치는 그대로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또 미워져서 돌아가다가 가엾어져서 우물에 찾아가는 걸 계속 반복하는 상황 같다. 이 시를 쓴 윤동주 시인은 당시 대한민국이 일본에게 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기에 살고 있었어서, 일제강점기로 위기에 빠진 나의 나라에 어떠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현실과 지식인으로써 제대로 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서 미워하다가, 자신이 현재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을 해서 자기 자신을 가엾게 여겨, 자신을 이 시의 '사나이'에 대입하여 시를 쓴 것 같다. 또 시에서 '돌아가다 보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진다'는 부분이 있는데 과거의 이상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의미에서 사용한 표현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시의 내용에서, 계속 우물가에 가서 얼굴을 보다가 미워서 돌아가다 가엾어져 다시 우물가로 가는 걸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우물가에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까 그리워한다는 무언가가 추억이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다는 것은 여러 번 왔다 가며 자신을 성찰한 끝에 자신이 그리워했던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었거나 찾아야겠다고 다시 의지를 찾은 게 아닐까 예상된다.
비치는 우물에서는 어떤 표정이 있었을까
내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시의 부분은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이다. 시를 쓴 윤동주 시인을 이 시의 ‘사나이’에 대입해서 본다면 대한민국이 안 좋은 상태에 놓여있지만 (우물에 비춰진 내 모습이 정말 밉지만) 우물에 비춰지는 풍경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우물 속은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이 공존해 더욱 사나이를 비참하게 만든다.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시인 윤동주, 시 속의 ‘사나이’라면 나를 포함한 주변 모두가, 나의 나라가 안전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도 날테고 왜 내가 이런 걸 겪어야 할까 속상해서 홀로 우물로 갔는데 우물에 비춰져있는 밝은 달과 흐르는 구름과 펼쳐진 하늘, 피부로 느껴지는 파아란 바람과 가을이 정말 아름답지만 그 다음 보이는 우물에 비춰진 아름다운 풍경을 봤음에도 아름다움이나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울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면 정말 부끄럽고 속상할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고, 우물에 비치는 나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하면 마음이 아파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다. 큰 숲에 덩그러니 있을 작은 사나이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마음이 아프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항상 있으니 같이 봐.
나는 이 시를 20년 후 나 자신에게 보내주고 싶다. 그때의 내 나이는 38살로 직업은 잘 갖고 있을지, 결혼은 했을지 잘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 매 순간이 행복하고 기쁘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서 힘과 위로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시에서 나타나는 주제랑은 다른 관점에서 본 거지만 어떤 이유로 내가 시 속의 ‘사나이’처럼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 화가 나서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될 때, 오래전부터 그런 마음이 들어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지 않았으면 해서인데, 지금의 나는 이런 위로에 크게 와닿거나 하지 않지만 38살의 나에게는 어떻게 전해질지 모르니까. 너의 마음에 있는 우물 속에 비춰지는 너(나)의 모습이 왜 미워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 뒤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하늘이 불고, 가을이 있다고, 정말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으니 너무 자기 자신을 밉게, 가엽게 바라보지 말라고 힘들 땐 잠시 느긋하게 뒤에 있는 풍경들과 너를 같이 보라고 같이 보니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 이야기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반전케이크
내가 분석한 시 속의 말하는 이와 시인은, 자신의 바뀔 수 없는 안 좋은 상황에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것, 시인으로써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자책하다가 이 상황 때문에 내가 그렇게 된 것 같아 자신을 가여워하는 것을 반복한다. 나는 말하는 이(시인)에게 반전케이크를 선물해주고 싶다. 이 케이크는 쌉싸름한 까만 다크초콜릿이 겉에 씌워져 있어 케이크 속도 겉처럼 새까만 색일 것이라고 상상하게 만든다. 맨 뒤에는 아주 큰 데일밴드 모양의 아이싱이 올라가 있다. 케이크의 속은 이름 그대로 겉과 다르게 큰 반전을 준다. 연갈색의 뽀얀 케이크 시트에, 새하얀 생크림, 빨갛고 예쁜 딸기가 조화롭게 들어가 있어 달콤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 선물해주고 싶은 케이크의 맨 위에 데일밴드 모양의 아이싱을 올린 이유는 무언가를 미워하는 것이 미움당하는 것과 비슷하게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생각하는데 시 속의 사나이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스트레스와 상처가 정말 클 것 같아서 상처가 사라졌으면 하는 의미, 또 시인에게 놓인 상황을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서서히 아무는 밴드 모양으로 데코해줬다. 겉은 새까맣고 쌉싸름한 반면 속은 뽀얗고 달콤한 맛을 내려고 표현한 이유는, 시 속의 사나이에게 지금은 어둡고 쓴맛 나는 인생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콤하고 새하얀 행복한 날이 올 거라는 위로의 의미를 담았다.
슬픔이여 안녕!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룹인 잔나비의 노래 중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곡을 사나이에게, 시인에게 들려주고 싶다. KBS 프로그램 중 [더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에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이 노래를 앙코르 곡으로 불렀었다. 최정훈은 이 노래를 ‘슬픔이 오고 가는 순간에 대한 곡입니다! 늘 이 노래처럼 슬픈 것들과 가볍게 인사 건낼 수 있길..’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이 소개글과 노래의 가사에서 큰 힘을 얻게 돼서 집에서 무대 영상을 보다가 문득 자화상의 사나이가 떠올라서 이 노래의 내용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에는 ‘나는 나를 미워하고 그런 내가 또 좋아지고’라는 가사가 있다. 이 부분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자신을 미워하다가도 그런 자신이 좋아질 수도 있고 긍정적인 무언가를 얻어 갈 수도 있겠다 라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줬던 부분이다. 이 시의 사나이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다가 더 나아가 가엾어하기까지 하는데 자신을 가엾어하기보다는 슬픔에 빠져 쉽게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일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가사로는 ‘한 계절 꽃도 피웠고 한 시절 나는 자랐고 안녕 안녕’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참 예쁜 가사라고 생각한다. 사나이에게 한 계절 꽃도 피웠고(=많은 경험을 했고) 한 시절 본인은 자랐다.(=그 경험으로 인해 성장했을 것이다) 슬픔이여 안녕 안녕(=미련 없이 힘들었던 일들을 떠나 보내자, 그만 자신을 미워하자)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사나이와 시인이, 20년 후의 내가 이 노래처럼 슬픈 것들과 가볍게 인사 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이 노래를 듣게 해준 가수 잔나비도.
벼락치기
나도 시인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된 일화가 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시험공부를 벼락치기로 해 왔었다. 짧은 시간만 공부하고 시험을 봤었는데 시험 성적이 공부한 시간에 비해 되게 잘 나왔었었다. 벼락치기가 좋은 공부법이 아닌 걸 알면서도 결과가 잘 나오니까 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한국사 과목이 생겼는데, 늘 하던대로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이틀 전부터 한국사를 공부했는데 이해하고 암기해야 할 것이 많은 과목인 한국사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틀 동안 마스터를 할 수가 없는 과목이었다. 중간고사 날이 찾아왔고 시험지를 본 나는 아무것도 생각나지가 않았다. 정리 노트를 만들어서 여러 번 읽었는데 이틀 동안 전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라서 머리 속에 뭐가 누구의 업적인지 무엇을 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결국 여태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최저 점수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진짜 이렇게 못 볼 줄 몰랐다. 점수를 보고 또 볼수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집가는 버스에서 에어팟으로 노래를 듣는데 가사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고 한 귀로 다 흘려지는 것 같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다고 누구 탓을 할 수도 없고 내가 선택한 내 공부법이고 나의 책임이기에 공부 안하고 놀다가 급하게 한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정말 과거의 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야겠다고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시험 때문에 갈 수 있는 대학의 폭이 엄청 좁아질 거라는 생각에 속상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한심해하고 미워했다가도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공부를 안할수가 없는 이 대한민국의 현실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안쓰럽기도 했다가도 전부 내 탓이기에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이 시의 사나이와 느끼는 감정이 비슷한 부분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튼 그 날이 정말 충격적이어서 어떻게든 덜 속상해하기 위해서 속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오늘 이 날의 결과 때문에 앞으로 벼락치기는 안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오늘 이 사건이 다음번에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시는 안 그럴 거라고 다짐하게 만들었잖아.’라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보듬어주고 위로해줬다. 사나이도 자신을 너무 다그치고 미워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때로는 이렇게 하는 사고가 단단한 멘탈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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