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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교사가 시간을 버는 수업

논제를 쉽게 만드는 방법.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기획. 기초.

by 라이팅 매니저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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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토론수업을 처음 진행하실 때 교사가 먼저 고민되는 것은 논제입니다. 어떠한 매력적인 논제를 제시해야 학생들이 작품에 깊이 몰입하면서도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을 스스로 하게 할 수 있을까.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을 권합니다. 

 

 

 

 

 

1. 교사가 논제 정하기

- 가장 약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 말할 기회가 없던 인물이 말할 수 있는 상황 만들기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긴 했는데 매력적인 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약한 사람을 찾습니다. 지네장터 설화의 소녀나 서동요 배경설화의 선화공주가 그렇지요.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상상해서 만들어도 좋습니다. 허생전의 머슴, 노비 등이 그런 사람들이지요. 당시의 상황이라면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이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시 돌아본다면 어느 부분에서 수긍하지 못할지 따져 보는 것이지요. 

논리는 원래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강자에게는 논리가 필요 없습니다. 강자와 약자가 더불어 이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논리라는 것이 만들어 졌고 그것은 수없이 많은 이들의 고통과 죽음으로 하나하나 섬세하게 만들어져 왔습니다. 지금의 윤리와 도덕, 법률이 그런 것이겠지요. 

가장 약한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매력적인 논제를 만드는 요긴한 방법입니다. 

 

2. 학생이 논제 정하기

- 모둠대항 질문게입

학생들이 모둠별로 직접 바탕글에 대한 8개의 질문을 만들고 퀴즈대결을 통해 해답을 나누는 방법입니다. 게임형식으로 진행하여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찾다 보니 학생들이 저도 모르게 글의 핵심으로 다가갑니다. 조는 학생이 크게 줄어듭니다. 남학생들에게 더 적절한 듯합니다. 대결을 정리한 후 서로 나눈 질문과 대답을 정리하다 보면 학생들의 눈빛이 깊어집니다. 교사가 모둠 사이를 다니며 질문-대답을 살펴주면 더욱 좋습니다. 구체적인 진행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모둠에서 바탕글에 대하여 개인별로 질문·해답 2개씩을 만들어 모둠별로 총 질문·해답 8개를 만든다.

② 모둠별로 협의하여 질문의 중요도에 따라 별점을 붙인다. (별 3개 × 3문제/ 별 2개 × 3문제/ 별 1개 × 2문제)

③ 각 모둠원 중 한 명이 상대방 모둠원 한 명과 자리를 바꾸어 앉아 질문게임을 진행한 후, 별의 개수를 합산하여 알려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④ 교사가 학생들이 제출한 문제지를 모두 모아 그 중에서 재미있거나 의미있는 질문들로 최종 퀴즈대회를 진행한다. 

⑤ 최종 점수를 합산하여 일정 수준 이상을 수행한 모둠에게 상품을 제공한 후 강의를 진행한다. 

질문게임에서 질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탕글의 사건과 인물, 상황과 맥락을 통해 우리가 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작품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 모둠 함께 질문게임

정말 간단하면서도 작품의 핵심에 단번에 들어갈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구체적인 진행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모둠별로 중요한 질문 1개를 만들어 교사에게 전하도록 한다.  

② 교사는 질문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칠판에 기록한다.   

③ 질문이 정리되면 각 모둠에서 자신들이 해결하고 싶은 다른 모둠의 질문 1개를 가져가서 10분간 모둠별로 문제를 해결한다.    

④ 이 시간에 교사는 질문의 배치를 다시 한다. 시간순서나 공간순서, 중요도 등 교사가 수업의 흐름에 맞게 배치한다.  

⑤ 교사가 정한 질문의 순서에 따라 모둠발표를 진행한다. 

⑥ 발표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학생들의 발표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 때 교사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교사가 학생의 오류를 직접 비판하고 수정해 주는 것보다는 교사가 학생의 오류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학생들이 의욕을 잃지 않고, 좀 더 치열하게 질문과 토론에 몰입합니다.  

학생이 질문을 찾고 해답을 찾게 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논제가 정리되었습니다. 때로 그 논제들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들었던 질문이 지금도 저는 잊히지 않습니다. “왜 창선이에게만 ‘창선이’라는 이름이 있어요?” 주현이라는 아이였습니다. ADHD 판정을 받고 약을 먹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습니다. 자신 없는 그 아이의 질문에 저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단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이 질문을 선택한 다른 모둠의 학생들이 발표했습니다. “상품이 되려고 아우성치는 ‘레디메이드-기성품의 세상’에서 창선이만이 인간이니까요. 그는 상품이 되길 바라지 않아요. 배움만을 원하죠. 인간의 이름을 가질 만한 유일한 인간이에요.” 주인이 되어야 발현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수업은 그것을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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