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화. 김소월
김소월 시인님의 시에요.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이 시 한번 살펴볼게요
먼저 이 시에서 여러분이 모를 만한 낱말이 '갈'입니다.
여기서 갈은 '가을'을 줄인 거예요.
그래서 가을 봄 여름 없이 이런 말이라는 걸 미리 이해해 두시고요
먼저 기본 내용 파악해 보죠
산에 꽃이 피네. 매일. 저만치 혼자서 꽃이 피어 있어요.
저만치 뚝뚝뚝 떨어져서. 그렇죠. 산이니까.
근데 새가 있네. 보니까 새가 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가 보네요.
그리고 또 산에는 꽃이 지겠죠. 매일 꽃이 폈으니까 지겠지. 그런 내용입니다. 이게 뭐야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 보죠.
2단계는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볼 텐데
이 시에서 꽃이 핀다는 걸 '태어난다'
'어떠한 생명이 탄생했다'라는 걸로 받아들여 보고 그다음에
'진다'는 것을 '죽는다' '소멸한다' '없어진다'라고 우리가 받아들이면
이 시는 우주에 대한, 어떤 생명에 대한 진실을 알게 해 주는 시가 되죠.
너무 추상적인가요? 혹은 그런 거는 너무 멀리 있는 얘기라고요?
물론 그렇지만, 추상은 절대 멀리 있지도 않고, 알 수 없는 개념도 아니에요.
죽음이란 너무나 매일, 너무나 사실적으로, 너무나 분명하게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거든요. 왜냐하면 오늘도 이 세계 어딘가에서는 몇십만 명이 죽었고 또 몇십만 명이 태어났고요.
그 중에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죽음이죠.
지난 200만 년 동안 증명된 증거로 우리는 다 죽습니다. 너무나 분명하게.
내일 당장 어떤 일로 인해서든, 우리는, 죽을 수 있습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고 현실이에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산유화라는 이 시는
그 명백한 사실에 대한 통찰 혹은 성찰의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해 보면
꽃은 태어나죠. 매일매일 태어나죠. 그리고 외롭게 태어나죠.
저만치 혼자서 태어난 우리. 이 생명체 모든 존재들은 저만치
떨어져서 존재해요. 절대 서로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어요.
그러니, 외롭죠. 외로워요. 뚝뚝뚝 떨어져서 태어나요.
우리 중에 누구도,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 중에 누구도 서로를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거든요.
내 생각을 모두 다 여러분이 알 수 없죠.
여러분의 생각을 모두 다 내가 알 수 없듯이.
여러분의 생각을 여러분의 부모님이 절대 알 수 없고
여러분 부모님의 걱정을 여러분이 절대 이해할 수 없죠.
여러분 친구들이 왜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고 즐겁게 하고 아프게 하고 사랑하게 만드는지
몰라요. 왜냐고요? 서로 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더는 극복할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한 채로 우리는 떨어져 있으니까요.
원래 그래요. 몰라요. 인간은 다 그렇게 뚝뚝뚝 떨어져서 살도록
근본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렇게 저만치 외롭게 피어있는 그 꽃이 좋아서
이곳에 온 게 있어요. 그게 뭐냐면
새에요.
새는 꽃이 좋아요.
근데 알아요. 새도 꽃이 좋다고 해서
꽃 바로 옆에 딱 붙어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저 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들을, 새 역시, 저 만치 혼자서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새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에요. 새는
고독한 존재죠.
외롭지만 외로운것으로 끝나는 존재와는 좀 달라요.
얼마든지 다른 곳에 갈 수도 있지만 굳이 내가
일부러 선택해서 이 꽃을 보러 온 거예요.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있다는 것도 다 알지만, 온 거에요. 이 거리도
괜찮아요. 이렇게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면.
이 외로움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겠지만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거예요. 근본적으로 외로울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거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
내가 있겠다고,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없다 하더라도,
하지만 내가 선택했어요. 잘은 모르지만 감히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같이 살 거예요.
같이 이해해 보려고 애쓸 거고,
같이 공감하려고 애쓸 거고,
같이 울어보려고 애쓸 거고, 그리고
같이 웃으려고 애쓸 거예요.
외로움을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외로워지는 것.
그런 게 고독이에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롭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 외로움을 감수하고 통찰하고 선택을 하는 거
그런 게 고독입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워하든 고독으로 나아가든,
사람은 매일 죽죠. 저도 죽을 거예요.
저도 죽을 거고, 제 아내도 죽을 거고, 제 아들 솔도도 죽을 거고,
제 딸 미도도 죽을 거예요. 우리 엄마도 죽을 거고, 우리 장모님도 죽을 거고,
여러분도 다 죽겠죠.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산이라고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세계,
모든 우주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서 꽃은
모든 생명체의 은유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피고 진다는 것은 태어남과 죽음이고요.
이런 것들을 골똘히 생각하면서 읽어보면
굉장히 깊이 있는 시이죠. 참 대단한 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데
여러분에게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